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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비상장 약속, 주식매수청구권으로 담보하라
관리자 (po0013) 조회수:99 추천수:1 119.202.94.193
2021-12-27 10:23:06

비상장 약속, 주식매수청구권으로 담보하라

비상장 약속, 주식매수청구권으로 담보하라 (hankooki.com)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포스코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및 투자 관리를 전담으로 하는 포스코홀딩스는 상장사로 유지되고, 철강 사업을 하는 포스코는 비상장사로 물적분할된다.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를 100% 소유하는 구조다.

포스코 지주사 전환을 발표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비상장’이다. 포스코는 분할하는 철강회사뿐 아니라 향후 지주사 산하에 새롭게 설립될 리튬, 니켈, 수소 신설 법인 역시 상장을 지양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비상장을 강조한 이유는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 분할 후 상장을 추진하자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각각 32%, 35% 하락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을 상장시킨 한국조선해양은 고점 대비 40% 하락했다. 물적분할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감은 확연하다. 물적분할 후 상장을 규제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SK이노의 주가가 8% 넘게 급등한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적분할은 그 자체로 기업가치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 내부 사업부로 있던 부문을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이라 모든 자산, 부채는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상장을 하더라도 20% 이내 소수 지분을 상장시키기 때문에 지배력은 공고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같은 가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자회사를 상장시키게 되면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가치는 반토막이 난다. 지주사 할인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투자자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전문가인 애널리스트조차 통상 50% 정도를 할인한다.

LG화학의 시가총액은 47조원(20일 기준)이다. 내년 1월 상장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약 70조원으로 추정된다. 70조원짜리 LG에너지솔루션을 가진 LG화학의 주가가 47조원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하지만 한국 자본시장에서 벌어지는 엄연한 현실이다.

포스코는 힘주어 ‘비상장’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대표이사, 경영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임시직이고 만약 상장을 하는 상황이 오면 기존 주주들은 폭탄을 맞을 텐데 누가 책임을 지냐’고 반발한다. 아예 상장을 할 수 없도록 정관의 명시하든, 상장을 하게 되면 모회사 주주들에게도 주식을 배정해준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도 있다. 말로 한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걸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분할 회사의 주식이 개인주주들에게도 배분되는 인적분할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을 하는 SK텔레콤과 반도체 등 신성장 부문을 관리하는 SK스퀘어로 인적분할을 했다. 8만2000원에 분할한 지주사 SK스퀘어 주가는 한달 만에 28% 하락(20일 기준)했다. 분할이 항상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추진됐기 때문에 시장은 어떤 방식이든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같은 주인을 가진 회사가 복수 상장이 될 경우 주주간 이해상충이 불가피하다. ‘오너’ 입장에서는 모회사든 자회사든 자기 회사니 경영을 하는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모회사 일반 주주, 자회사 일반주주는 입장이 다르다. 어떤 판단이 합리적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테지만,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대주주를 위한 것인지 모든 주주를 위한 것인지 신뢰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한국거래소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시상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주간 이해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상장 요건에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 논의도 있다. 국회에는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상장회사 특례법’이 계류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일반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법안 심의는 지체되고 있어 신속하게 개정이 가능한 거래소 상장 규정을 보완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약속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시장친화적인 제도다. 분할이 진정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판단한다면 그에 반대하는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입해주면 된다. 또 주식 매입 청구권 제도가 도입되면 주식 매수 부담을 덜기 위해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일지 주주들을 더욱 열심히 설득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기업 가치에 영향을 많이 미칠만한 이벤트(합병, 포괄적주식교환, 영업양수도, 분할합병)에 대해서는 주식매수 청구권 제도가 도입돼 있다. 여기에 분할을 추가하면 된다.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수가 5000만개를 넘어섰다. 환경o사회o지배구조(ESG) 열풍은 모든 기업들이 지배구조 문제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동시 상장으로 인한 주주간 이해상충이 너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두약속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선은 넘은 것 같다.

●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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