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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종범실록 조회수:1384 추천수:8
2019-06-08 06:53:37
나는 누구인가!
 
사람은 누구나 강하던 약하던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흔히 정체성을 확립한다고 말 한다. 이는 교육이나 경험에 의한 후천적 습득이라고 말 할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정체성을 얼마나 강하게 갖고 있습니까?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 해 보신적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받은 교육이나 경험이 자신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까?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독일로 유학을 간 전혜린이란 여성은 부친의 친일 반민족 행위를 알고 자살을 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정체성 때문에 이별을 하기도 한다.  부인인 배우 이지아의 부친이 친일 반민족행위자임을 알고 남편인 가수 서태지는 이혼을 했다.
 
우리는 수많은 오류속에서 산다.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더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지구촌에서 보기 힘든 대한민국이란 정체성에서 자신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사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 자신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기는 불가능하다.
 
1950년대에 미국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는 유난히 마약과 알코올 중독, 폭력 문제가 심각했다. 대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걸까?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슨(E.H.Erikson)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그 원인을 알아내고자 인디언 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인디언의 생활을 살피던 에릭슨이 특별히 관심을 보인 대상은 묘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인디언 아이들은 백인교사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데 백인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인디언 짓을 한다며 꾸중을 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면 부모들은 백인 같이 군다며 야단을 쳤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해야만 했던 까닭이다.
 
야단을 맞지 않으려면 아이들은 인디언이든 백인이든 어떤 색깔도 드러내서는 안 되었다. 아이들은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갔고 자기 존재를 지워버리고 말았다. 인디언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자신이 인디언인지 백인인지, 인디언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백인처럼 굴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아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자아 정체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남은 건 무력감과 좌절감 뿐이었다. 아이들은 마약과 알코올에 물들어 갔다.
 
에릭슨이 인디언 아이들의 정체성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그 자신이 남다른 정체성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덴마크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를 둔 에릭슨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곧 아버지를 잃었다. 그가 세 살 때 어머니는 유대인과 재혼했고 덴마크 인과 유대인의 피를 받고 태어난 에릭슨은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자라났다. 아버지를 많이 닮아 덴마크인 특성이 두드러진 그는 주변 유대인과 다른 외모 때문에 심한 혼란을 겪었다. 자라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던 에릭슨에게 인디언 아이들의 문제가 남다르게 다가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넓게 생각해서 포스코 노동자의 정체성은 무었일까?
 
부적을 든 도사가 딸랑딸랑 종을 흔들면, 청나라 옷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강시가 벌떡 일어나 두 팔을 앞으로 내뻗고 종소리를 뛰어 쫒아간다. 종소리를 찾아 헤매는 강시에게는 자기가 없다. 내 안에 내가 없다면 나는 강시와 다를 게 없다. 아마도 종소리를 따라 두 팔을 뻗고 콩콩거리는 강시처럼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통념에 따라가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문제를 들여다보고 나를 찾아가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내 욕망을 알게되고,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나를 모르면서 남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봐야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기만 할 뿐,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정체성은 배의 엔진과도 같다. 엔진을 갖춘 배는 사나운 파도에 출렁거리면서도 자기가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은 세상의 변화에 흔들리더라도 결코 자기가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는다. 정체성이 인생의 엔진이 되어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밀어주기 때문이다. 정체성이 없으면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돛단배처럼 줏대 없이 흔들리다 결국 나를 잃어버린다.
 
내 정체성을 알면 나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므로 자신감이 생긴다. 남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엄정한 사실에 눈을 뜨기 때문이다. 생명의 소중함은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이면 충분하다.

포스코 노동자 여러분!
바람 불면 부는대로, 흔들면 흔들리면서 자아 정체성이 없이 살고 싶으신가요? 돈 몇푼 쥐어주고, 완장을 채워 준다고 자아 정체성이 없이 살고 싶으신가요? 영혼을 버리고 강시처럼 살아가는 삶이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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