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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50% 관세 뚫었다… K철강 대미수출 10년 만에 최고 - 매일경제
4월 대미 철강수출 40만톤
2015년 2월 이후 최고치
美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
관세충격 딛고 턴어라운드

한국 철강업계가 고율 관세 장벽을 뚫고 미국 시장에서 10년여 만에 최대 수출 실적을 썼다. 미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맞물리면서 현지 철강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15일 한국철강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39만9852톤을 기록하며 지난 2015년 2월(40만4155톤)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대미 철강 수출이 월 40만~60만톤에 달했던 지난 2014~2015년 철강업 전성기 이후 장기 불황을 걷던 한국 철강업계가 10년여 만에 미국 수출길에서 다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50% 관세를 발효한 직후인 지난해 6월(23만8999톤) 대비 67.3% 급증하며 관세 충격을 완전히 만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관세 충격 이후 크게 위축됐던 대미 철강 수출은 올 들어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 충격이 본격화된 지난해 8월에는 15만4160톤까지 급감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회복기를 거쳐 2월 30만7338톤, 3월 33만4193톤, 4월 39만9852톤으로 일회성 회복이 아닌 확연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급증 배경에는 철근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폭발적인 건설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건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미국 내 자체 생산량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50%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부담하고서라도 품질이 검증된 한국산 철강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미 수출 쏠림 현상은 새로운 리스크로 꼽힌다. 전체 글로벌 수출량은 아직 완만한 회복세 수준으로, 미국향 물량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적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철강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국내 시장 가격이 불황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고마진 미국 시장에 물량을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골치덩이’ 철근 수출 11배↑
컬러강판 등도 수출물량 급증
美 데이터센터 붐에 수요 폭발

폭발적인 AI 데이터센터 건설 특수 덕에 그간 공급과잉으로 ‘골치덩이’ 취급을 받던 철근이 수출 실적 반등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공세 완화 등 대내외 환경까지 우호적이라 올하반기 업황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대미 철근 수출 물량은 올 1월 11만7779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9만4155톤이라는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대해 50% 관세를 발효한 직후인 지난해 6월(8136톤) 대비 1057% 급증한 수치다.
수출 호조는 철근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대표 격인 컬러강판 역시 인기 상품이다. 4월 대미 컬러강판 수출량은 2만3968톤으로, 관세 발효 직후인 지난해 6월(1만122톤) 대비 136.8% 급증했다. 2022~2023년 월평균 대미 수출량인 1만1151톤과 비교해도 두 배를 넘는 성과다. 특히 컬러강판 수출은 미국에만 편중되지 않고 멕시코·캐나다·영국 등으로 확산하는 다변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열연강판 대미 수출은 관세 발효 직후인 지난해 6월 4만9104톤에서 올 4월 5만5631톤으로 13.3% 늘었고, 아연도강판도 같은 기간 1만696톤에서 2만625톤으로 92.8% 뛰었다. 강관 역시 9만89톤에서 13만6554톤으로 51.6% 늘어나며 대미 수출 품목 중 절대량 1위를 기록했다. 냉연강판도 89.4% 증가하는 등 사실상 중후판을 제외한 전 품목에 걸쳐 대미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전방 산업인 국내 건설 경기가 극도로 얼어붙으며 공장 가동 중단 위기까지 내몰렸던 철강사들에게 대미 수출 급증은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의 만성적인 철근 공급 부족 현상이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한국 기업들에게 쥐여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내수 가격이 급등해 50% 관세를 부담하고도 수출 채산성이 확보되는 상황”이라며 “2분기 이후에도 미국 시장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라 내수·수출 물량의 적절한 배분을 통해 수출 확대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 부담은 프리미엄에 상쇄
동국제강·현대제철 흑자전환
中 감산에 저가공세도 그칠 듯

현지 데이터센터 건설이 줄을 이으면서 공급계약 낭보도 잇따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무거운 서버 장비를 버텨야 하는 특성상 뼈대 역할을 하는 고강도 철강재가 일반 건축물보다 많이 투입된다.
현대제철은 미국 시애틀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전략적 프레임워크 협약(SFA)을 맺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데이터센터에 탄소저감 강재와 H형강 등 친환경 철강재를 공급하고 있다. 인천에 건설 중인 AWS 데이터센터에도 탄소저감 H형강 등 구조재와 냉연·열연 비구조재를 공급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데이터센터·ESS 건설에 필요한 강재를 패키지로 공급할 수 있는 원스톱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건설용 강재부터 판재류까지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패키지 공급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 역시 AI 데이터센터의 고강도·고하중 설비를 버틸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맞춤형 강재 ‘디-메가빔(D-Mega Beam)’을 전면에 내세워 현지 수출 물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해 수출 비중을 지난해 11%에서 1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영업본부 내 수출 전담 임원을 선임하고 영업·통상·물류 업무를 일원화하는 등 수출 관련 조직 정비에 나섰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을 위해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맞춤형 직거래 솔루션 구축도 검토 중”이라며 “수출업무의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수출 확대 전략과 북미 현지 특수는 철강사들의 1분기 실적 성적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선제적으로 대미 수출 비중을 끌어올린 동국제강은 1분기 영업이익 214억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403.9% 폭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분기 190억원 영업손실의 충격을 딛고 올 1분기 1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의 미국향 철근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286% 급증하며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다만 마진이 높은 미국 시장으로 수출 물량이 쏠리면서 전체 글로벌 철강 수출량은 여전히 관세 발효 이후 완만한 회복세에 그치고 있다. 관세 발효 직후인 지난해 6월(213만7081톤) 대비 4월(241만3218톤) 수출량은 1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4월 기준 튀르키예(-19.8%)·멕시코(-20.3%)·인도네시아(-27.0%) 등 주요 수출국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박솔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지난해 4분기부터 대미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다른 국가의 경우 수출 물량이 감소한 곳도 많다”며 “철강업계가 마진이 높은 미국 시장으로 물량을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K철강의 부활을 돕는 대외 여건도 점차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글로벌 철강 업황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중국발 공급 과잉 리스크가 빠르게 해소되는 국면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 조강 생산량은 2억4755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중국 최대 철강사인 바오우그룹을 비롯한 주요 철강사들이 연간 5000만톤 규모 감산안을 추진하며 기조를 바꾼 결과다. 중국 내수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국 내 철강 수요가 급감하자 중국 정부가 선제적인 생산량 통제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 급증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AI 시대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맞춤형 강재로 체질을 개선해 낸 구조적 성과”라며 “중국 철강사들의 감산 진입으로 저가 물량 공세가 완화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철강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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