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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의 단상 (57살의 내가, 26살의 나를 만나다)

  • 큰메  (kimmiri0214)
  • 2019-05-30 0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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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월 18일 월요일(25살 5개월)

 

 

K!

보고 있니?

피곤에 설익어 버린, 창백한 얼굴에 핏기 없는 시체의 형상을 한 교대근무자들을… 없는 피까지 억지로 쥐어짜면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피를 팔며 사는 사람들…

저들은 몇 십 년간 길들여진 습관을 바꾸면서 참혹한 현실에 무릎 꿇고 구겨질 대로 구겨진 몸뚱어리를 이끌고 생활의 3분의 1을 교대근무에 순응하며 이곳에서 살고 있다.

K!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잘 생각해 봐라.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서머타임이라는 것을 실시했었지. 어느 학자가 그랬다더군. 서머타임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은 며칠, 늦게 적응하는 사람은 십 며칠이나 걸린다고…

단, 한 시간 앞당겼을 뿐인데도, 신체가 적응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할애되었다. 그럼 우리 교대근무자들은 태어나면서 익숙해진 주간이라는 습관은 얼마나 걸려야 야간에 적응될까? 참 난센스지.

이 세상에는 주간에 적응한 동물이 있고 야간에 적응한 동물이 있다. 우리(교대근무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동물보다 못한 인간인 거지. 어쩌면 윗대가리들은 저들의 생체리듬이 기계와 같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군. 그들은 밥줄이라는, 목구멍에 채워 넣을 것을 양 손아귀에 잡고, 우리로 하여금 기계가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기계가 되려고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 속의 신경들은 거부하고 있다.

K!

우리 축배의 잔을 들자! 인간의 기계화를 주장하는 이들을 위하여!

“건배!”

 

‘교대근무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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