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오직 노동자만 보고 갑니다.

게시글 검색
야간근무의 단상 (57살의 내가, 26살의 나를 만나다)
큰메 (kimmiri0214) 조회수:1461 추천수:2
2019-05-29 10:16:49

1988년 1월 13일 수요일(25살 5개월)

 

 

K!

나는 너에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넋두리를 주절댈까 한다. 그러나 이 넋두리를 너에게 보내지 못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K!

너는 보고 있겠지. 푸르딩딩한 밤의 싸늘함을 중화시키려고 더욱 안타깝게 몸부림치고 있는 노란 빛을 발하는 저 수은등의 서글픔을… 그것(수은등)은 모든 사물 하나하나에게 빛을 보내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명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저 수은등에게서 동반자적인 연민의 정을 갖고 있다.

이 땅에는 저 수은등 불빛 아래서 불확실한 사물을 뿌옇게 안개 낀 눈초리로 보면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있다는 걸 아는가? 나도 그 가운데 있다. 이 뿌연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몸은 쓰러지지 않으려고, 비틀거리는 다리에 더욱 안간힘을 쓰고 있다.

K!

너는 알고 있겠지. 저 노오란 수은등이 제 색을 잃어갈 때, 희끄므레한 안개 속에서 헤치고 나온, 지치고 지친 몸뚱어리들을… 아무도 소음에 가득한 이곳의 적막을 느낄 수 없으리라.

K!

지금 뿌연 안개가 낀 눈을 하고, 찬 공기가 몰아붙이는 저 밖으로 나가야 한다. 비틀거리는 내 걸음마를 보지 말아다오.

 

‘야간근무의 단상’을 쓴 첫 일기

SNS 공유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