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포스코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시행에 대응해 강화한 안전대책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되레 사고 위험만 키운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23일 전국금속노조 포스코 지회,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포스코가 광양·포항제철소에서 안전대책으로 내놓은 '바디캠'과 '안전지킴이' 등이 중대재해 예방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블라인드에 올라온 포스코 직원의 글에는 포스코가 안전·정비 업무자들에게 나눠준 바디캠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포스코 내 정비업무담당자로 추정되는 ㄱ씨는 “설비를 정비하고 개선에 힘써야할 정비인들은 바디캠이나 총괄 관리하는 고급쓰레기 인력이 됐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그는 “매일있는 수리작업에 항상 양손 가득 바디캠을 2~3개씩 들고 현장에 나간다”며 “도면을 들고 혹은 자재를 들고다녀야 할 정비인들의 손은 이미 과부하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희는 현장 정비업무에 힘써야하는 사람들이지 카메라 전달 수급 충전 관리하는 카메라 관리인이 아니다”며 포스코를 비판했다.
바디캠은 위험작업 현장의 상황을 녹화하는 용도로 쓰인다. 지난해 2월 산업재해 청문회에 최정우 회장이 불려나온 이후 포스코의 안전·정비관련 업무 담당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정비 현장마다 바디캠을 나눠주고, 회수하는 등 바디캠 관리 업무 때문에 실제로 해야 할 정비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바디캠이 걸핏하면 배터리 방전, 오작동 등 고장을 일으키며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고 있어 방해만 된다고 한다.
ㄱ씨는 “(바디캠이) 작동안된다는 전화만 (하루에) 10통도 넘게 받는다”며 “현장에 뛰어 나가서 바디캠을 수거해서 충전을 다시 하고, 나가서 설치해 주고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고 했다.
민주노총 포스코 지회는 바디캠 도입은 최정우 회장이 생각해 낸 전형적인 면피용 안전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포스코가 진행중인 안전대책의 골자는 △작업 전 안전서류 작성 및 위험요소를 체크하는 TBM(Tool Box Meeting) 강화 △바디캠 도입을 통한 안전·정비 작업 녹화 △안전지킴이 제도 도입 등이다.
노조는 이 모든 대책들이 노동자들의 작업 시간을 빼앗고, 오히려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형일 포스코지회 위원장은 “정비작업자들이 TBM미팅을 준비하면서 오전 시간을 거의 다 소모하고 있다. 오전을 TBM미팅에 소모하고 나면 얼마남지 않은 오후시간에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일을 더욱 서두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산재청문회에서 안전 문제 때문에 심하게 질책을 듣고 난 뒤에 현장에서 바디캠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바디캠을 설치하게 만드는 이유는 TBM미팅 당시 계획되지 않은 작업을 한 노동자가 사고를 일으키면,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비업체의 신입사원이나 안전지킴이로 고용된 일용직·계약직들이 현장과 안전 관련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된다"며 "올해 1월 장비에 협착돼 사망한 노동자 역시 안전지킴이였다. 안전을 지켜야할 안전지킴이가 가장 현장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1월 20일 포항제철소 화성부3코크스 공장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장입차에 부딪혀 사망한 ㄴ씨는 사내하청 정비업체의 신입사원이었다. 출근한 지 보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노동자들의 비판에 대한 포스코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사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