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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1 "암에 걸리면 내 탓 말고 무슨 일 했는지 떠올려라"
관리자 (po0013) 조회수:51 추천수:0 118.41.103.189
2021-06-02 14:42:46

"암에 걸리면 내 탓 말고 무슨 일 했는지 떠올려라"

"암에 걸리면 내 탓 말고 무슨 일 했는지 떠올려라" - 오마이뉴스 모바일 (ohmynews.com)

[암도 산재다 ④]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포스코 역학조사, 퇴직자·하청 포함해야"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신규발생 암 환자의 4% 정도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직업성 암 환자 규모는 1만 명 수준에 육박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국내 직업성 암 산재 승인 건수는 2016년 113건, 2017년 178건, 2018년 205건 등에 불과하다. <오마이뉴스>는 '직업성·환경성암 환자 찾기 119 운동'의 도움을 받아 '암도 산재다'라는 4편의 기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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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 이희훈


"암에 걸리면, 내탓 하지 말고 내 일을 떠올려라. 거기에 암 발병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보건학 박사)은 두 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암은 직업 탓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병을 얻고도 유전이나 생활 습관을 돌아보는 데 그럴 필요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그는 반성했다.
 
지난 13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윤근 소장은 "전문가로 반성한다. 내가 너무 직업성 암을 전문가의 언어로 설명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용접작업 했으면 폐암, 도장작업 했으면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간단하게 설명했어야 하는데, 노동자들에게 어떤 물질이 위험하고 어떤 물질이 발암물질인지 어렵게 말했다"라고 했다. 

이 소장이 처음 '유해·발암물질'에 관심을 갖은 건 1990년이다. 당시 포스코 노조는 사내 유해물질·발암물질 배출에 문제를 제기했고, 회사는 산업위생관리 업무를 담당한 그를 내세워 노조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몰아가려 했다. 그러자 이 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사실을 왜곡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이후 그는 해당 업무에서 배제됐다. 

1991년 회사를 그만둔 이 소장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사고와 죽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쭉 해왔고, 2017년부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연구소 대부분의 역량을 '직업성·환경성암찾기 119운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 소장은 "2018년 암 환자 중에서 산재를 인정받은 사람은 고작 205명뿐이다. 적어도 매년 1000여 명까지는 찾아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이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암 환자에게 '무슨 일 하세요'부터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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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 이희훈

 
- 왜 직업성·환경성암찾기 119 운동을 시작했나. 

"한국을 대표하는 몇몇 병원들 가운데 암 진단을 내리며 환자의 직업을 묻는 의사가 몇 명이나 있을 것 같나. 내 경험으로는 거의 없다. 나도 비강암 환자였다. 총 4번의 수술을 받았는데, 아무도 내 직업을 묻지 않더라.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첫 마디가 '무슨 일 하세요'다. 하지만 우리는 질병과 직업의 관련성을 낮게 본다.

수치만 봐도 그렇다.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직업성 암 환자의 비율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암 환자의 0.08%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체 암 환자 가운데 4%가량이 직업 요인에 의해 생긴다고 분석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미미한 수치다. 내가 직업성 암 환자 찾기를 하는 이유다."

- 올해 포스코 제철소에서 직업성 암 환자가 잇따라 나왔다. 결국 정부가 원인 규명을 위해 역학조사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맞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포스코와 포스코 협력업체를 포함한 철강제조업을 대상으로 직업성 암 집단 역학조사를 한다. 그런데 나는 현 조사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사 기간을 3년으로 했는데, 맞지 않다고 본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사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 늦어도 2년 안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

무엇보다 직업성 암 환자라는 피해자가 명확하게 있는 조사이니만큼 현장 조사를 할 때 노동자 대표 등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조사의 대상도 넓혀야 한다. 현직·정규직 위주가 아닌 퇴직자·하청업체 노동자들도 조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현직·정규직만 조사한다면, 이번 조사는 100% 실패한다."

- 현직·정규직만 조사한다면, 100% 실패한다? 

"현직을 중심으로 조사하면 결과는 뻔하다. 포스코 제철소 내부에 암유발 요인이 적다는 식으로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올 거다. 건강 노동자 효과(Healthy Worker Effect)라는 게 있다. 심각하게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터에서 배제되거나 일찍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 제철소도 그렇다. 직업성 암에 걸린 사람들? 그 사람들은 아파서 진작 퇴직했을 거다. 사망했을 수도 있고. 현직에는 건강한 사람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하청업체 직원들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석면 마시며 일하고 유해·발암 물질에 노출되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규직일까, 하청업체 직원들일까. 뻔한 답 아닌가. 이번 조사 대상에 반드시 퇴직자·하청업체 직원을 포함해야 한다."

"암 수술 후 2~3년 지나야, '암도 산재다' 눈에 들어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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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 이희훈

 
-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회사는 개인 탓을 한다더라. '담배 피워서 그렇다'고.

"직업성 암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서 생활습관이 문제라고 몰고 가는 거, 그게 우리 현실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설사 담배를 피운다고 해도 석면 등 장시간 유해·발암물질을 흡입한 작업환경에 있다 보면, 흡연보다 석면이 문제가 될 수 있지 않겠나. 주 5일 이상 하루 평균 8시간 일하는 공간에서 유해·발암물질이 발생하는데, 이게 괜찮다? 말이 안되는 소리다. 노동자의 생활습관을 탓할 게 아니다."

- 노동자가 스스로 직업성 암을 의심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맞다. 대부분은 노조를 통해 물어물어 찾아온다. 나도 암 판정을 받아보니 알겠더라. 암 수술하고 항암 치료하는 사람들은 암 진단 후 1년 동안 정신이 없다. '내가 왜 암에 걸렸지, 직업성 암 아닌가'라고 생각할 시간이 없다. 치료가 가능한지, 치료비는 얼마인지,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 자기 몸 생각하기 바쁘다. 당연한 거다. 암 진단 후 2~3년 지나 안정기에 들어서야 하나씩 되짚어볼 여유가 생긴다. 그제야 '암도 산재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올 거다.

열악한 노동현장에 있는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은 직업성 암에 대한 인식이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보통 직장을 많이 옮겨 다니고 일하는 기간도 짧아 어느 사업장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도 낮다. 이런 사각지대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건강관리수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4조 등에 근거해 유해·발암물질을 '제조하거나 취급'하는 사람이면, 건강관리수첩을 신청해 발급받아 주기적으로 건강체크가 가능하다.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와 보상을 해 주고, 산재보험 처리를 지원하는 괜찮은 제도다. 

다만, 발급대상을 유해·발암물질을 '제조하거나 취급'에 그칠 게 아니라 '노출' 되는 사람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이들까지 발급대상에 포함하는 개선된 정책이 필요하다."  

- 평소 작업환경측정 방식에 문제제기 해왔는데.

"현재의 작업환경측정 방식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얼마 전 포스코가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봤다. 총 1만 2000여 건으로 7년 치 자료였는데, 이중 직업병과 관련된 화학 물질의 경우 노출 기준을 초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직원을 상대로 한 6만 4000여 건의 특수 건강 검진 결과도 화학적 요인으로 직업병 소견이 나온 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 지난 3월에 35년간 포스코서 일한 노동자의 폐암이 업무상 질병(산재)으로 인정받은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직업성 암에 걸렸다고 국가가 인정한 건데.

결국 측정 과정·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포스코 작업환경측정기관이 어디일까? 바로 포스코와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부속병원이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도 포스코 특별근로감독 보고서에서는 '측정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밝혔져만 그 뿐이었다. 일단 포스코의 작업환경측정을 외부기관에 맡기는 게 필요하다. 또 가장 열악한 작업장을 찾아가 그곳의 환경을 분석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고 작업환경을 살피는 것 아닌가. 상대적으로 쾌적한 곳이 아닌 상대적으로 방치되어 있고 관리가 덜 된 곳을 확인해야 한다."

- 6월 3일 직업성암과 관련 대규모 집단 산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지금도 신청을 받고 있다.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http://nocancer119.co.kr)를 통해 신청할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암은 내 탓이오'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는 어려울 거다. 그래서 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직업성암과 관련 병원진료 과정 자체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 직업성 암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병원이 의무적으로 고용노동부에 직업성 암 관련 신고를 하고, 이후 고용노동부가 직업성 암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노동자가 신고하고, 직업성 암 발병 관계를 증명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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