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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6 제철소 암환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관리자 (po0013) 조회수:485 추천수:0 118.41.103.189
2021-05-27 09:20:33

제철소 암환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제철소 암환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naver.com)

[암도 산재다 ②] 10년간 산재 신청 4건뿐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산재 신청하는 노동자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신규발생 암 환자의 4% 정도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직업성 암 환자 규모는 1만 명 수준에 육박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국내 직업성 암 산재 승인 건수는 2016년 113건, 2017년 178건, 2018년 205건 등에 불과하다. <오마이뉴스>는 '직업성·환경성암 환자 찾기 119 운동'의 도움을 받아 '암도 산재다'라는 4편의 기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말>

[신나리,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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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던 중 분진과 유해가스에 노출돼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김장수씨.
ⓒ 유성호

 
"저거 바라보기도 싫다."
"저 안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죽어 나갔어." 


바다 건너편, 바닥의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곳)로 시뻘건 쇳물을 뿜어내고 있을 용광로를 바라보며 두 남자가 중얼거렸다. 쇳물을 생산하는 대형설비의  높이가 100m 이상인 탓에 용광로는 고로(高爐)라 불린다. 긴 항아리 모양의 고로에 철광석과 유연탄 덩어리를 밀어 넣고 섭씨 1000도의 열풍을 불어넣으면 철광석은 쇳물로 녹아 나온다. 내부 온도는 1500도에 달한다.

두 남자는 10년에서 20년까지 포스코 포항제철소·광양제철소 고로에서 나온 석면 분진, 유해가스를 마시며 일했다. 


[김장수 : 10년 경력, 폐암 4기] "온종일 석면 분진과 유해가스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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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제철소 플랜트 건설 노동자 “일한 대가가 폐암” ⓒ 유성호

 
7일 경상북도 포항시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지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장수(61)씨는 말하는 중간중간 숨을 가다듬었다. 그는 지난 2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암세포가 늑막까지 전이돼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약으로 두 달 넘게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손바닥 곳곳에 물집이 잡혔다. 그는 "10년간 일한 대가가 참 가혹하다"고 했다.

김씨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광양제철소를 오가며 10년 넘게 플랜트(철강·석유·제지·화학·원자력 발전 등의 에너지 시설) 비계공으로 일했다. 비계는 건설 현장에서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 발판과 통로 설치를 목적으로 하는 임시가설물을 말한다. 유해·위험작업 취업 제한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일정 자격, 경험, 기능을 갖춰야만 비계공이 될 수 있다.

그는 15m 미만의 곳에서 비계, 운반대, 작업대, 보호망 등을 설치하고 해체했다. 해체 작업을 할 때는 설비와 배관을 분리해, 보온재로 주로 사용된 석면포를 뜯어냈다. 석면, 철가루, 용접 후 남은 분진들은 마스크를 써도 눈과 귀, 코와 얼굴 전체에 들러붙었다.

석면에 노출된 제철소의 환경에 대해 시민단체는 이미 여러차례 문제를 지적한 바있다. 2011년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교실에서 조사하고 발표한 '포스코(포항제철소·광양제철소)와 현대제철(당진공장)에 공급되는 국내 최대 안동 사문석에 석면 함유' 보고서는 포항제철소 등에 공급되는 사문석에서 기준치 이상의 석면 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 총 43개 시료 중 86%(37개)에서 석면이 검출됐고, 농도는 0.25~8% 에 달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2009년 1월 1일부터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건축자재 등의 제품은 제조, 수입, 사용이 전면 금지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내의 코크스, 고로, 방사능 지역도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김씨는 "제철소의 각 공정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와 석면분진이 다량 발생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환경보호청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 연구소 등은 COE 가스(코크스오븐 배출물질), 석면, 콜타르 피치 등을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온종일 석면 분진과 유해가스를 마시다 보면 머리가 어지러워요. 퇴근해서 제대로 자기도 힘들었죠. 그래서 동료들이랑 일 마치고 몰려가서 소주 마시고 목에 기름칠한다고 돼지고기 먹고 자고, 다음날 다시 유해가스가 가득한 현장으로 출근하고. 이런 날이 반복되는 거죠."
김씨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마스크 등 개인보호구였다. 하지만 그가 소속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차 하청업체는 각종 분진이나 유해물질을 차단하는 산업용 방진마스크(KCs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작업 조건에 맞는 보호구(방진마스크)를 노동자 수 이상으로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김씨는 "하청업체에서 소모품 비용을 줄이려고 싼 마스크만 줬다. 브랜드 제품도 아니고 정말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며 "하루에 최소 2개는 갈아써야 하는데, 쓰다가 찢어져서 아예 마스크 없이 일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계속 일하면 몸에 이상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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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근무하던 중 분진과 유해가스에 노출돼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김장수씨.
ⓒ 유성호

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는 "제철소는 곳곳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자기의 암이 직업성암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그래서 (제철소의) 직업성암 신청 건수가 지난 10년간 4건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심형섭 : 21년 경력, 방광암] "아, 내 잘못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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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던 중 분진에 노출돼 방광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심형섭씨.
ⓒ 유성호

심형섭(53)씨는 기자를 만난 7일에도 오후 6시 30분에 출근해 야간근무했다. 그는 2000년부터 21년간 3개의 2차 하청업체를 거치며 포스코 포항제철소로 출퇴근했다. 주로 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을 처리하는 일을 했다.

그는 "쇳물이 가라앉고 나머지 찌꺼기가 나오는데, 이를 탈수하거나 약품으로 침전시켜 분리하는 일을 했다"면서 "여기서 나오는 찌꺼기를 비롯해 코크스 등은 모두 드럼 필터로 모아 처리한다"라고 설명했다.

드럼 필터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리규산, 석면, 가스 등은 1급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심씨에게 발암물질과 관련한 위험성을 경고해준 사람은 없었다. 심씨가 병원을 찾은 건 2019년 3월. 병원에서 방광암 판정을 받고 바로 수술했다가 일주일 만에 퇴원해 2019년 4월 다시 출근했다. 그는 여전히 3고로에서 관련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직업성 암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광양제철소에 나처럼 방광암 환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가슴이 두근거렸죠. 아, 내가 몸 관리를 잘못해 걸린 게 아니었구나. 그러면서도 두렵고 무서웠어요. 2차 하청업체 노동자인 내가 포스코라는 회사를 상대로 산재를 받아낼 수 있을까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죠. 그래도 해야겠더라고요. 제철소에 나 말고도 일 하다가 암에 걸린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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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 하청 노동자 “방광암 판정, 내 잘못이 아니구나” ⓒ 유성호


 
실제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암 발병률은 상당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지난 3월 최근 10년간 포스코 원·하청 97개사 종사자 2만 5000여 명을 상대로 26개 특정 질환을 조사했다.

포스코 하청업체 남성(2만 3785명)은 전국 직장가입자 남성보다 ▲악성중피종암 2.1배 ▲갑산성암 1.5배 ▲피부암 1.3배 등 5개 암 발병률이 높았다. 여성(1529명)은 전국 직장가입자 여성보다 ▲혈액암(11~13년도 발병) 15.5배 ▲루게릭병 11.5배 ▲눈·뇌 및 중추신경계통암 8.8배 ▲중피연조직암 4.7배 ▲폐암 3.4배 등 17개 암의 질병 발병률이 높았다.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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