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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7 포스코 직업성 암, 빠르게 인정된 이유는?
관리자 (po0013) 조회수:111 추천수:0 118.41.103.230
2021-03-29 09:28:47

포스코 직업성 암, 빠르게 인정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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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271307001&code=940100#csidxd3c5f52f0813feebf4e7f7e3231c80b 

포스코 광양제철소 모습. 최근 포스코 퇴직자 두명이 폐섬유증과 폐암을 각각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포스코 광양제철소 모습. 최근 포스코 퇴직자 두명이 폐섬유증과 폐암을 각각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3월 11일, 김모씨(61)가 폐암을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았다. 앞서 2월 18일 폐섬유증에 걸린 정모씨(70)도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됐다. 올해 초 포스코에서 일한 뒤 각종 병을 얻은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지 석 달도 안 돼 나온 결과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직업성 암이 산재로 인정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41일(2018년 기준)이다.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장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인정이 됐다. 포스코 설립 이래 이렇게 빨리 직업성 질병이 인정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반도체의 고 황유미씨는 7년 걸려

“돈 날리고 시간 날린 경험.” 실제 앞서 산재를 신청한 포스코 퇴직자 송관용씨(70)는 산재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포스코에서 32년을 근무한 송씨는 재직 중 두차례 백혈병에 걸렸다. 퇴직 직전 산재를 신청했고 심사에 1년 이상 걸렸지만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역학조사 결과 송씨가 노출된 물질과 발병과의 인과관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포스코 노동자만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직업성 질병, 특히 암이나 희귀질환이 산재로 인정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고 황유미씨는 7년 만에 산재로 인정받았다. 송씨와 마찬가지로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백혈병 유발물질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이유였다. 결국 유족은 소송을 통해 산재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LCD(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이희진씨도 번번이 졌다. 사업주는 ‘영업비밀’이라며 이씨가 취급한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때문에 제대로 된 역학조사도 이뤄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0만명당 3.5명만이 걸린다는 희귀질환의 발병 원인을 노동자가 입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씨 역시 소송을 통해 대법원에서 산재를 인정받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10주기를 맞아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진이 2017년 3월 진행됐다. / 강윤중 기자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10주기를 맞아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진이 2017년 3월 진행됐다. / 강윤중 기자

이런 현실에 대해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는 “2005년 사망한 황유미씨가 일했던 현장은 모두 바뀌었는데 몇년이 흐른 뒤, 작업환경측정에서 발암물질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당시에도 발암물질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과학적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석 달도 되지 않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이런 역학조사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암이나 희귀질환, 중증질환은 역학조사를 하면 적어도 1년은 걸린다. 예전에는 무조건 역학조사를 했다면 지금은 명확한 원인과 관련 질병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안 거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와 정씨의 업무상질병판정서를 보면 “직업력 및 작업공정이 명확하고 원인 물질과 질병과의 관련성도 잘 알려져 있어 추가적인 전문조사 없이 업무관련성 판단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코크스오븐가스와 석탄 분진이 폐에 영향을 준다는 많은 사례가 발견되고 연구가 이루어진 덕분이다.

■지침 이후 직업성 질병 인정 비율 상승

포스코가 제시한 ‘기준치 이하의 노출’이나 ‘개인 질병’이라는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이번 산재 과정에서 두 사람이 일했던 공정에 대해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석탄 분진 등이 법적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산재 신청자들의 고혈압, 당뇨, 20년간의 흡연 등 ‘개인적인 사유’도 언급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포스코는 지난 7년 동안 작업 환경을 총 1만2693번 측정했는데 법적 기준치를 초과한 노출은 한 번도 없었다. 이것만 보면 포스코는 너무나 깨끗한 사업장이다”라며 “그럼에도 역학조사 없이 산재가 승인됐다. 따라서 이 수치는 사업자 중심의 감시체계가 거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근로복지공단이 ‘추정의 원칙’ 지침을 도입하면서부터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은 2017년 9월, 노출 수준과 기간 등이 기준을 충족하고 반대되는 증거가 없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지침을 도입했다.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산재로 인정한다고 규정했다.

실제 지침을 도입한 이후 직업성 질병 인정 비율은 상승했다. 90%가 넘는 직업성 사고 인정 비율과 달리 직업성 질병 인정 비율은 2016년까지는 30~40%대에 머물렀지만 2017년 52.9%, 2018년에는 63%까지 올랐다. 직업성 암 인정 비율도 2015년 46.9%에서 2017년 61%, 2018년 73.5%로 올랐다.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직업성 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

직업성 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암을 산재로 신청하는 수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암을 산재로 신청한 사람은 2015년 177명, 2016년 203명, 2017년 292명, 2018년 279명이다. 이중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2015년 83명, 2016년 113명, 2017년 178명, 2018년 205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발생하는 암환자 수 중 직업성 환자를 4%로 추정한다. 이를 국내에 적용하면 직업성 암환자는 9600명가량이다. 이렇게 따지면 직업성 암을 인정받는 비율은 73.5%가 아니라 0.02%라는 수치가 나온다. 한국과 인구구조가 비슷한 이탈리아의 직업성 암 환자는 1만명가량이다. 한국보다 인구는 많지만 산업구조가 비슷한 영국은 매년 1만3000명 정도가 직업성 암환자다.

노동계는 추정의 원칙 확대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란 노무사는 “현재는 완전히 똑같은 공정, 완전히 똑같은 질병에 대해서만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조금만 달라도 역학조사에 들어가는 경우가 잦다”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재 신청 노동자가 겪는 고통이 커진다”고 말했다.

■노동계, 추정의 원칙 확대 적용 요구

윤진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고통이 과학적 사실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연구가 진행될수록 더 낮은 노출에서 더 다양한 암에 대한 연관성이 밝혀진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그 기간은 30년에서 80년에 이른다.

벤젠과 혈액암 연구가 대표적이다. 1989년 벤젠 250ppm에 특정혈액암(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는 2000년 벤젠 40ppm 노출이 모든 혈액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범위가 확대됐고, 2015년에는 벤젠 2ppm에만 노출돼도 모든 혈액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2000년에는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 2015년에는 산재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LCD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는 10년 만에 산재로 인정됐는데, 그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처음 산재를 신청할 2009년에는 유해 화학물질이 아니었던 ‘플럭스’가 2012년 유해 화학물질로 등록됐고, 삼성반도체 노동자 2명이 뇌종양으로 산재를 인정받았다. “사업주의 협조 거부나 행정청의 조사 거부 등으로 유해물질 종류와 노출 정도를 특정할 수 없다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2017년)도 나왔다.

포스코 퇴직자 송관용씨는 “내가 공장에서 마셨던 가스가 무조건 폐암으로만 나타나고 백혈병은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온갖 독성물질이 배출되는데 사람 몸에서는 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5년, 10년을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힘들어 포기하면 결국 산재 인정을 못 받는다”며 추정의 원칙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정의 원칙이 지침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지침은 언제든지 바뀌거나 사라질 수 있다. 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는 “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되려면 법률화돼야 한다. 지금 추정의 원칙은 제대로 된 ‘원칙’이라고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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