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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 중대재해 민감한 때 잇단 사망사고 곤혹
https://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21&no=208676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후 포스코는 속전속결 연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11일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최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임기가 끝나는 3월 주총에서 최 회장을 재임시키겠다는 이사회 의지를 확고하게 나타낸 셈이다. 포스코는 9대 회장인 최정우 회장 재임 전까지 8명 중 2명(2대 황경로, 3대 정명식)을 제외하면 모두 연임했다. 최 회장 선임 당시 함께 CEO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 중 장인화 포스코 사장만 경영 일선에 남아 있어 딱히 경쟁자도 없다. 최 회장이 단독 후보에 오르면 주총에서 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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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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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역대 최대 ‘그늘’
▷실적 높이려 안전 소홀했나
하지만 공적 못지않게 ‘그늘’이 짙다.
연임을 발목 잡을 수 있는 최대 변수는 크게 늘어난 산업재해다. 포스코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 14명이 협착·추락·폭발 등의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14명 중 하청 소속 노동자만 10명에 달한다.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만 따졌을 때도 9명의 노동자가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 2월 8일에는 포스코 연료 부두에서 컨베이어벨트 롤러 교체 작업을 하던 35세 하청업체 직원이 기기에 껴 숨졌다. 앞서 2020년 12월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집진기를 정비하던 하청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포스코 광양제철소 산소 배관에서 폭발 사고가 나 원청 노동자 1명과 하청 노동자 2명이 숨졌다.
산업재해와 관련한 각종 고발 건 역시 최 회장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월남참전전우회 고엽제 적폐청산위원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최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위원회 측은 “잇단 산재 사망 사고 발생은 경영진이 구조적인 문제로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관리자 제도를 없애면서 생긴 일”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산업재해가 빈번한 이유로 최 회장이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라는 점을 연관시킨다.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늘리는 것을 최대 과제로 생각하는 재무통 속성이 반영돼 안전에 소홀했다는 주장이다. 월남참전전우회위원회는 “수천억원의 안전관리비, 정비비, 설비관리 등의 비용을 줄여 실적에 반영했다”며 “협력업체 지불 비용을 미뤄 협력업체가 인건비를 연체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금속노조는 최 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11월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최 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 측은 "지난 18년부터 3년간 노후설비 교체, 밀폐공간 시설물 보완 등 제철소 설비 개선과 안전전담 조직 신설·전문가 영입, 협력사 안전작업 수행 지원, 위험설비 검사 강화 등에 1조3157억원을 투자했고 향후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계열사를 둘러싼 법적 이슈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2016년 부영에 매각한 송도 사옥 매매 과정에서 헐값으로 부영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동 사업자였던 테라피앤디가 이에 대해 고소·고발하며 포스코건설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플랜텍도 아픈 손가락이다. 부실 기업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뒤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고, 산업은행 돈을 차입해 쓰다 결국 자산관리 전문업체 ‘유암코’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끌어안은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해 법적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정치권 입김 휘둘리는 리더십
▷여권의 부정적 기류 이겨내야
포스코가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부 입김이 강하다는 점 역시 최 회장 연임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령 연임을 확정한다 하더라도, 두 번째 임기를 전부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2기 임기가 끝나기 전, 문재인정부가 바뀌기 때문에 새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이 CEO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금까지 포스코 회장 연임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식’처럼 회장이 중도 퇴진했다. 8대 회장이었던 권오준 전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물러나기도 했다. 다만 당시 권 회장은 국정농단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결정적인 사유가 된 최서원 씨와의 관계 등 의혹이 불거졌다. 권 회장이 당시 최서원 씨 입김으로 포스코 회장에 오르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포스코 관련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 등을 최 씨에게 챙겨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권 회장은 사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포스코 회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러났다고 해서 최 회장이 그만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도 “정치권 입김을 배제한 채 경영자 자질로 평가한다고 해도 현 정부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산업재해 이슈를 그냥 넘기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여권에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통과시킨 마당에 포스코의 ‘안전불감증’이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부정적인 기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대표는 2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전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포스코는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산업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반발 역시 거세다. 노조는 “3월 12일 주주총회 전에 최정우 회장이 겸허하게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정도 경영이다”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민간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재계의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선임된 민간기업 CEO에 대해 정치권에서 왈가불가 하는 것은 후진국형 정치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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