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

근로복지공단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노동자 정아무개씨의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포스코 직업성 암 집단산재신청에 따른 첫 번째 산재 판정으로, 공단은 두 달 만에 별도의 역학조사 없이 추정의 원칙에 따라 산재로 인정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폐섬유화증으로 업무상질병이 인정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 판정으로 직업성 암을 비롯한 포스코 업무상질병 산재보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석탄분진, 법적 노출기준치 이하” 주장

1일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에 따르면 공단 포항지사는 지난 2월18일 정씨의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업무상질병으로 판정했다. 정씨는 1980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입사해 29년 동안 코크스 공장에서 일했다. 용광로에 들어가는 원료인 코크스는 석탄을 오븐 형태 구조에서 오래 구워 휘발성 물질과 비휘발성 물질을 분리 과정을 거친다. 정씨는 코크스가 오븐에서 나오면 식힌 다음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는 작업을 했다. 코크스오븐 뒤쪽에는 철광석 소결로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철광석을 쌓아 놓는 야적장이 있었다.

정씨가 기침이 심해진 건 퇴사한 2012년부터다. 급성기관지염 진단을 수차례 받다가 2019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섬유증을 동반한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정씨의 병명인 폐섬유화증은 폐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석탄 분진에 포함된 결정형 유리규산과 코크스오븐배출물질(COE) 모두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포스코측은 “코크스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석탄분진은 법적 노출기준(세제곱미터당 5밀리그램)보다 현저히 낮은 세제곱미터당 0.445밀리그램”이라며 업무관련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공단은 “27년간 코크스 공장에서 석탄과 코크스를 취급하면서 석탄분진·흄·석면 등에 장기간 노출됐다고 판단된다”며 “현재 작업환경측정 결과에서도 석탄분진이 상당 정도 측정되고 과거 작업환경과 보호구 착용 관행을 유추했을 때 정씨의 작업환경이 폐섬유화증에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참석 위원 일치의견으로 정씨의 폐섬유화증을 업무상질병으로 판단했다.

공단 “석탄분진·흄·석면에 장기간 노출”

이번 판정은 지난해 12월15일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119와 금속노조가 공동으로 추진한 포항제철소 집단산재신청에 따른 것이다. 당시 정씨를 비롯한 8명의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했는데 두 달 만에 첫 판정 결과가 나온 것이다. 포스코에서 폐섬유화증으로 업무상질병 판정을 받은 것은 정씨가 처음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10년(2010~2019년)간 포스코 노동자의 암 발병률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평균보다 6.1~1.2배 높다. 발암성 유해물질 취급으로 직업성 암에 걸릴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직업성 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는 “포스코 대부분 공정은 발암물질을 발생시키지만 노동자들은 자신이 퇴사할 때까지 수십 년간 어떤 발암물질이 발생하는지 전혀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판정은 직업성 암에 대한 산재보상을 확산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