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포스코 지분의 11.43%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외에도 GS건설, 현대건설, CJ 대한통운, 대림산업, 한화 등의 지분을 10% 남짓 씩 소유해 최대주주 내지는 주요주주로 역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은 2020년 현재 800조 원에 육박한다.  

한편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내지는 주요주주로 역할하는 기업들은 민주노총이 발표한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에서는 지난 3년간 18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그 중 13명이 하청노동자였다. GS 건설에선 3년간 14명, 최근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대한통운에선 1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망한 GS건설과 대한통운 노동자들 모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다.

©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민주노총은 “국민의 돈을 국민을 죽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 중대재해 기업의 경영진을 교체하고 위험의 외주화와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4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당장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영책임자의 연임에 반대하고 장기적으로 살인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기금이 수익성을 명목으로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기업에 투자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018년 7월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이 가입자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투자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9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이 스튜어드십 발동의 첫 사례였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을 다시 발동해 포스코와 대한통운 등 중대재해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교체하라는 주장은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원칙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는 기금의 운영원칙으로 ‘지속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투자의사결정 과정에 재무적 요소와 함께 환경(E, Environment), 사회(S, Social), 지배구조(G, Governance) (이하 ‘ESG’) 등 투자대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책임투자를 천명하고 있다. ESG의 가치를 천명하는 기금의 운용원칙에 따라 중대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닌 기업이나 환경파괴, 정경유착 등 범죄사실이 드러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경영책임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수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목수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14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목수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년 전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산업재해 사망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15%가량 감축했다”고 말했다. 목 수석부지회장은 “위험한 업무는 2인 1조가 필수인데 안전인원을 확보하지 않고 오히려 인원을 줄이면서 혼자서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지속되는 죽음에도 산업재해를 줄이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투자 대신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을 더욱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범석 CJ대한통운 남청주지회장 ©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박범석 CJ대한통운 남청주지회장 ©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박범석 CJ대한통운 남청주지회장 역시 “국민연금이 CJ 대한통운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지회장은 “대한통운은 연이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대책으로 500억 원을 투자해 분류작업인원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대책없이 당장의 분노를 회피하려는 꼼수였다”면서 “노동자를 죽이는 기업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을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국민연금이 3월에 열리는 각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중대재해 기업의 경영책임자들을 해임해야 한다”며 “3월 주총에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1월 말 열리는 기금운용위 총회에서 기금운용위의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스튜어드십 발동을 위한 안건을 직권상정하라”고 촉구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민주노총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의 스튜어드십 발동을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기금운용위가 열리는 29일엔 세종 청사 앞에서 스튜어드십 발동을 요구하는 선전전 등을 계획하고 있고 그ㄴ엔 포스코와 CJ대한통운 등 중대재해기업을 압박하는 투쟁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