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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산재는 ‘사고’ 아닌 기업과 경영자의 ‘범죄’
관리자 (po0013) 조회수:302 추천수:0 118.41.91.209
2020-12-14 11:07:06

산재는 ‘사고’ 아닌 기업과 경영자의 ‘범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380

11월 한 달 동안 52명이 일하다 죽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지만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 개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제출되었다. Q&A 형식으로 짚어본다.

지난 11월24일 오후 7시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위치한 한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20대 노동자 최 아무개씨가 파쇄기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사고가 일어나던 중에도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나흘 뒤인 11월28일에는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에 있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화물차 기사 심장선씨(51)가 사망했다. 석탄재를 45t 화물차에 싣던 중 3.5m 높이의 화물차 적재함에서 떨어졌다.

11월 한 달 동안만 52명이 일하다가 죽었다. 사인은 추돌 3명, 전복 1명, 추락 20명, 깔림 4명, 실종 1명, 질식 1명, 끼임 4명, 협착 2명, 맞음 8명, 감전 1명, 폭발 5명, 매몰 2명 등이다. 사고는 일부 장소와 시간, 내용만 바뀐 채 비슷하게 반복된다. 지난해의 산재사고 사망자는 2020명에 이른다. 날마다 평균 6명이 사고로 사망한 꼴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2019년 12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28년 만에 전면 개정되었지만 현장에서 그 효과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배경에서 제21대 국회에 네 개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제출되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이탄희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각각 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국민의힘 최초로 관련 법안을 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이낙연 대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힌 ‘15개 미래입법과제’에 포함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사회적 합의의 지위를 얻고 있는 형국이다.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다수가 공감하는 듯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이견이 크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둘러싼 쟁점을 Q&A 형식으로 짚어보았다.

Q.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란?

A. 기업이 연루된 재해가 일어났을 때 경영진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다. 일터에서 인명사고가 일어나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경영진의 죄책은 유독 과소평가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피해 당사자나 중간관리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경영 책임자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 모태가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의 명칭에서 보듯,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의 책임이 ‘살인죄’에 준하며, 경영진에 합당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고 여긴다.

Q. 위험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법인가?

A. 그렇지 않다.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 시민들이 인명피해를 본 일반 재해 사건에도 적용된다. 지난 11월12일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눴다. 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사회적 참사에 책임이 있는 경영자들이 매번 솜방망이 처벌만 받아왔다고 본다. 192명이 사망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재판에서 대구지하철공사(법인)는 벌금 1000만원 형에 그쳤고, 대구지하철공사 대표이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95명이 사망한 세월호 사건에서도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는 징역 7년 형, 유대균 아이원아이홀딩스 최대주주는 징역 2년 형, 유병일 청해진해운 고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적용된다면 더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Q. 현행법에는 비슷한 처벌 규정이 없나?

A. 산업재해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적용된다.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산안법 위반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사고)에 대해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처벌을 받는데, 주로 안전 의무를 위반한 개인 노동자와 안전·보건 책임자가 해당된다. 기업 경영진의 산안법 위반 사실은 현실에서 거의 입증되지 않는다. 그나마 처벌된다 해도 범죄 억제력이 거의 없다. 2015년 1월~2019년 12월 산안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 275건 가운데 98.5%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11월2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업불법 통제와 양형’ 심포지엄). 산안법 위반죄는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묶여 엇비슷한 양형기준을 적용받는다. ‘범죄’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실수’로 보는 것이다.

Q.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A.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좀 더 포괄적인 안전의무를 상정하고, 그 책임을 안전·보건 책임자의 법적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법인)과 경영진에게 곧바로 묻는다. 기업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경영진은 조직을 관리할 책임과 의무를 진다. 여기에는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법인 또는 기관이 소유·운영·관리하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에서 안전·보건 위해를 입지 않아야 하며, 제3자에게 임대·용역·도급을 한 경우에도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진다.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시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법인 처벌에서도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사망 시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고, 상해 시 3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안전의무를 위반해 노동자 등이 사망했을 때 형량과 벌금에서 하한선을 정했다.

Q.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발의되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의 차이는?

A. 문제는 책임 범위에서 갈린다. 11월16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정 협의를 반영해 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은 사업주에게 중대재해 발생 확인 의무를 부과한다. 또 사업주의 특정 안전의무 위반에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대신 사업주와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벌금의 하한액을 개인 500만원, 법인은 3000만원으로 규정해 처벌을 강화했다. 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진이 안전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찬성하는 법조인들은 이 법의 목적이 ‘기업 처벌’임을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재해가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범죄’이며 그 책임이 현장의 노동자나 안전관리자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경영자에게 있다고 본다.

Q.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들의 이유는?

A. 먼저, 명확성의 원칙을 거스른다고 주장한다. 유해·위험방지의 의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해서 집행기관과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어떤 의무를 준수해야 이 법에 따른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형사처벌 법규상 명확성이 결여돼 있어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또 ‘엄벌주의’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있다. 형량을 높인다고 해서 범죄(재해)가 예방되지 않는다는 것은 법학계의 통설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에 가혹한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산재 사망의 95%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는데, 재정적인 여건이 부족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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