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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건강한 노동이야기] 노조법 개악은 노동자 안전까지 위협한다
관리자 (po0013) 조회수:203 추천수:2 118.41.91.187
2020-12-01 13:54:51

[건강한 노동이야기] 노조법 개악은 노동자 안전까지 위협한다

https://www.vop.co.kr/A00001529807.html

2015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하청업체인 EG테크 소속 노동자 양우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우권은 1998년 2월 EG테크에 입사해 산화철 폐기물 포장업무를 하던 노동자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2006년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포스코는 하청업체에 대한 평가지표에 노사 관련 상시 모니터링,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조기 타결 정도, 노사 이슈 발생 등을 넣어뒀다. 포스코의 평가와 계약 연장이 목숨줄인 하청업체 관리자들에게 노동조합은 눈엣가시다.

적극적인 노동조합 분쇄 작전으로, 53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던 EG테크 분회는 2010년이 넘어가며 대부분의 조합원이 탈퇴했다. 마지막까지 노동조합을 지키던 양우권에게 전형적인 ‘일터 괴롭힘’이 가해졌다. 원래 하던 업무가 아닌 사무 업무를 맡기고, 컴퓨터도 없는 책상에서 자리만 지키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가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EG빌딩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EG테크에서 근무하다 노동탄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양우권 씨와 관련해 포스코와 EG테크의 책임 인정과 사과, 사내하청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06.09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가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EG빌딩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EG테크에서 근무하다 노동탄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양우권 씨와 관련해 포스코와 EG테크의 책임 인정과 사과, 사내하청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06.09ⓒ정의철 기자

그는 괴롭힘 당하던 중에 해고까지 당했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3년간의 투쟁 끝에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회사로 복직했다. 그렇지만 회사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결국, 마흔 여덟 살 양우권은, ‘화장해서 제철소 문 앞에 뿌려주면,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철조망 넘어 들어가보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포스코의 철조망은 단단하다. 양우권이 하늘에서 연대하겠다고 했던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2018년에는 포스코 정규직들의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도 설립되었지만, 포스코 현장 안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손상용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전략조직부장은 포스코 지회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2018년 포스코 지회 설립 이후 취업규칙을 개악해, 현장 내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현장 곳곳이 보안시설로 규정돼, 포스코 광양제철소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지회장조차 현장 순회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사고 현장도 라인을 쳐두고 접근을 못 하게 한다. 지회 노안부장(노동안전보건부장)이라는 직책이 있어도, 사실상 본인이 속한 부서 내 활동으로 제한된다”

현장 순회는 위험을 발견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안전보건활동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봐야 위험을 발견할 수 있고, 위험을 발견해야 예방 활동을 할 수 있다. 사실상 노동조합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4일 오후 4시2분께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숨졌다.2020.11.25
24일 오후 4시2분께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숨졌다.2020.11.25ⓒ뉴시스

그러니 노동조합 탄압과 반복되는 사고는 무관하지 않다. 지난 11월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화재가 발생했다.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 한 명과 하청노동자 두 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2018년 크레인 협착 사고, 2019년 수소가스 폭발 사고, 올해 7월 추락 사고 등으로 계속 노동자들이 죽었다.

노동자들은 최근 반복되는 사고의 특징을 설비 사고로 보고 있다. 광양제철소만 해도 40여년이 됐고, 이와 관련된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러니, 특별근로감독을 하더라도, 안전 표지판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든지, 정리정돈을 안 했다든지 하는 표면적인 위반사항 적발보다, 설비 중심으로 점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 비상경영으로 현장의 작업자 인원이 부족하다. 앞으로 3년간 15%까지 인원을 감축한다고 하는데, 이럴 경우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불안전 요소가 있어도 이를 충분히 확인하고 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사고가 반복되는 맥락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에서 포스코 특별근로감독을 시작하고, 여기에 노동조합의 참여도 보장한다고 하지만, ‘재직자’에 한한 것이다.

재직자가 아닌 금속노조 활동가나 금속노조 추천 전문가는 현장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 재직자인 노동조합원이 느끼는 위험을 전문가의 언어로 옮겨줄, 믿을만한 ‘상급단체 활동가’나 ‘노조 추천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회사 입맛에 맞는 원인 분석, 직접 일하는 사람의 의사나 우려는 반영되지 않는 재해조사가 되풀이되는 배경이다.

빨간 불 들어온 국회 앞 신호등(자료사진).2020.02.25
빨간 불 들어온 국회 앞 신호등(자료사진).2020.02.25ⓒ김철수 기자

이렇게 이미 여러 사업장들은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고 위험을 감추려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지난 6월 30일 국회 제출)에는 조합원을 종사자와 종사자 아닌 조합원으로 나누고, 종사자 아닌 조합원의 경우 사업장 출입이나 조합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담장 내 위험을 공개하기 꺼려 하는 사업장들의 행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노동자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에 안전과 관련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힘이 약한 현장은 위험하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한을 제약하는 법 개정은 노동자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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