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APTIV지회 전일영 지회장 ⓒ 김한주 기자

충북의 앱티브 노동자들은 지난 8월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간 회사의 노조가 회사의 이익만 대변하고, 소수의 간부가 조합원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회사는 교섭창구단일화를 들이밀었다. 사측은 금속노조는 제치고 어용노조와만 교섭했다. 어용 교섭으로 사측은 공장 설비를 이전, 노동자 전환 배치, 희망퇴직을 강행하고 있다. 심지어 아웃소싱업체도 공장에 들였다. 민주노조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APTIV지회가 교섭과 투쟁을 통해 싸워야 하는데 창구단일화로 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빼앗긴 상황. APTIV지회는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투쟁에 나섰다.

전일영 APTIV지회장은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촉구’ 선언대회에서 “우리는 어용노조의 폭주를 막기 위해 투쟁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교섭창구단일화라는 악법 때문에 금속노조 투쟁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는 자주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교섭해야 한다. 악법은 결코 법이 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폐기하라”고 밝혔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김한주 기자

발전노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회사는 어용노조가 만들어지자마자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았다. 민주노조인 발전노조 교섭권을 박탈하고, 어용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앉힌 것이다. 사측은 어용노조를 지원하며 민주노조 탄압에 골몰했다. 그 결과 조합원이 5명 수준이던 어용노조는 최근 다수노조가 됐다. 발전노조 조합원 수인 1천여 명을 넘어선 것이다. 발전 5사 총 직원은 9천 명에 달한다.

공공운수노조 발전산업노조 최재순 동서본부장은 “회사는 처음 2~3명에 불과했던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앉혔다. 그 뒤 회사는 임금 차별을 했다. 다수노조는 100만 원을 올리면, 소수노조엔 90만 원을 올리는 식이었다. 회사의 민주노조 탄압으로 많은 조합원이 떠나간 상태”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도 “전주시 청소민간위탁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업체에서 신규 채용하고 그들을 동원해 어용노조를 만들었다. 어용노조와 임단협 도장을 찍은 뒤 어용 조합원들은 회사를 그만뒀다. 민주노조가 다수인 이천시에서는 사업주들이 개별교섭에 나서는데, 어용노조가 다수인 성남시에서는 개별교섭을 인정하지 않는다. 창구단일화는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노동3권이 완전히 통제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촉구 선언대회'를 열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촉구 선언대회'를 열었다. ⓒ 김한주 기자

이 같은 현장 사례를 발표한 민주노총은 교섭창구단일화 폐지를 위한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창구단일화 제도의 위헌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회사가 마음대로 교섭대상과 방식을 선택하도록 길을 터줬다. 민주노조 파괴 무기로 전락한 현행 제도는 노동3권을 짓밟고 있다. 노동3권 보장, 산별노조의 자주적 교섭권 확립을 위해 창구단일화 제도는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탁선호 변호사는 “창구단일화의 입법 목적은 노조파괴에 있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교섭을 진행하면 현장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다수노조에 배타적 교섭권과 협약체결권을 부여하는 게 이 제도의 핵심 성격이다. 다르게 말하면 조합원 수에 따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 제도는 사용자가 교섭을 주도하고 개입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용자가 선호하는 노조엔 지원과 육성을,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조는 파괴하도록 짜인 것”이라며 제도의 위헌성을 설명했다.

탁선호 변호사 ⓒ 김한주 기자
탁선호 변호사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촉구 선언대회'를 열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촉구 선언대회'를 열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촉구 선언대회'를 열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기 촉구 선언대회'를 열었다. ⓒ 김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