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 김한주 기자
오른쪽부터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 김한주 기자

노조법 개정 관련 노사정 토론회가 21일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윤애림 서울대학교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과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ILO가 권고한 노동기본권 개선과 관계가 없고, 개악의 성격이 명확하다며 법 개정의 철회를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서 발제를 맡은 윤애림 연구위원은 정부 노조법 개정안 중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사업장 내 점거 ▲단체협약 유효기간 ▲초기업노조·간접고용·특수고용 조항들은 현행보다 개악됐고, ▲전임자 급여지급 ▲특수고용노동자·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노조설립 신고제도 조항에서는 ILO 권고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그동안 ILO는 한국 정부에 노동기본권에 대한 권고를 꾸준히 내렸다. UN 산하 국제 노사정기구인 ILO가 국제기준에 맞도록 권고한 것이다. 그런데 재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를 반대했다. 그러면서 개악이 같이 논의되지 않으면 비준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에서 재계 요구가 담겼고 지금 노조법에 스며든 것이다. 현재 노조법 개정안은 재계가 요구한 의제를 담은 것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계없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연구위원은 “정부 노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만 주어질 뿐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조합원 수, 쟁의행위 투표자 수에서 제외되고, 임원과 대의원이 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특정 노조를 다수노조 또는 소수노조로 만들 수 있고, 타임오프도 적게 줄 수 있다. 아울러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발생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지적했다.

신인수 법률원장은 이 같은 노조법 개정안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논의하지 못한 ‘개악안’이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정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내쫓겨 공터에서 집회하게 된다. 아울러 실질적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이 부활한다. 산별노조를 부정하는 개악안이다. 임기 중 교섭을 한 번도 못 하는 노조 위원장이 태반일 것이다. 정부 개정안 내용 중 ILO 기준에 부합하거나 현재보다 노동기본권을 증진하는 내용은 없다. 과거에 없던 역대급 개악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재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한꺼번에 하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 “노조가 대립적, 투쟁적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게 문제”, “한국은 노동기본권 보장 수준이 매우 강하다”고 말하며 기본권과 동떨어진 발언을 반복했다.

한편 이날 대리운전노조 조합원 2명은 토론회를 참관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뒷자리에 앉아 ‘노조법 2조 개정’ 팻말을 들어 올렸다. 대리운전 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재갑 장관은 이날 토론회 축사로 “지금 노조법 개정을 늦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정부 노조법 개정안을 비롯해 6개 의원 발의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동부가 노조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 것으로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리운전 노동자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뒤에서 '노조법 2조 개정'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김한주 기자
대리운전 노동자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뒤에서 '노조법 2조 개정'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김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