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회사는 고로가 특정 작업 중 가스와 함께 배출되는 대기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 밸브를 지난해 말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국제 특허 출원과 유럽 특허 등록을 마쳤고, 당진제철소 1~3고로에 모두 설치했다. 지난해 환경단체들의 문제 제기로 고로 브리더에 대한 오염물질 배출 논란을 겪은 뒤 즉각 네덜란드 엔지니어링 기술 회사인 다니엘리 코러스(Danieli Corus)와 협업에 착수한 덕분이다.
고로 브리더는 고로가 너무 뜨거워져 폭발하지 않도록 숨통을 터주는 일종의 안전밸브다. 브리더는 평소에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지만 분기에 2회 정도 진행되는 정기 보수 때 `휴풍`과 `재송풍` 작업 시 각각 5~30분 정도 폭발·화재 방지를 위해 개방된다. 휴풍이란 철광석을 녹이는 고로 열풍을 멈추는 것이고, 재송풍은 이를 다시 시작하는 단계다. 이때 증기와 함께 분진 등 대기를 오염시킬 수 있는 물질을 배출하는데, 세계적으로 모든 제철회사들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에 현대제철이 개발한 1차 안전 밸브는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폭발 등 사고를 막기 위해 고로가 작동 중일 때 외부 공기 유입을 방지하는 스팀 주입 시설을 역으로 이용하는 원리다. 원래 고로는 외부 저장소에 있던 가스를 탈습설비와 집진설비를 거쳐 스팀(증기) 형태로 주입해 내부 압력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 유입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러한 탈습설비와 집진설비를 반대로 고로에서 빠져나가는 잔류 가스가 거치도록 한 다음 추가로 설치한 1차 안전밸브를 통해 빠져나가게 한 것이 현대제철이 개발한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대형 파이프 하나만 설치해 다른 추가 장비 없이도 가스 청정 설비를 갖추게 된 셈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5분 정도 걸리는 휴풍 작업에는 1차 안전밸브를 완전히 적용했다.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10~30분 정도 걸리는 재송풍 작업에도 올해 안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고로 잔류가스 정화 배출 설비와 솔루션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적용한 만큼 향후 고로 브리더를 둘러싼 환경오염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했던 환경단체들도 새로운 기술 적용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며 "재송풍 작업 적용이 남아 있지만 이는 연내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관련 논란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진 = 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