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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해·갑질…'최정우 포스코'에 '노동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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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6 17: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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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upinews.kr/newsView/upi202005120104

노조와해·갑질…'최정우 포스코'에 '노동자'는 없었다

김이현 / 기사승인 : 2020-05-12 17:19:14
 
경영이념으로 '공존과 상생' 강조…내부에서는 '갑질' 논란
최정우 회장, 노조 와해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수차례 피소
수사 답보 상태…"책임경영 하려면 노동자 권리부터 존중해야"
"'기업시민'은 포스코의 존재 이유이자 정체성이다."

포스코는 스스로 '기업시민'이라고 부른다. 기업에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한 개념으로, '현대 시민처럼 사회 발전을 위해 공존⋅상생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주체'라는 의미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 당시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언했고, 중요한 행사 때마다 이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사뭇 달랐다. 공존과 상생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목표 안에 '노동자'는 없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최정우 회장을 '부당노동행위'로 수차례 고발했다. 겉으로는 기업시민, 노사상생, 윤리경영을 외치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갑질'이 만연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0년 포스코 시무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사회적 기업'인데…파견법 위반 및 노조설립 방해

지난 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포스코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스코케미칼에 2년 이상 파견 근무한 포스코휴먼스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포스코휴먼스 노조원 10명이 노동부 포항지청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로, 노동부는 포스코 등 계열사가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포스코휴먼스는 장애인 고용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위해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포스코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무지원, 차량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포스코휴먼스 직원들이 포스코 등 계열사에 파견돼 2년간 동일한 업무를 이행한 만큼, 해당 회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주문이다.

포스코휴먼스는 노조설립 과정부터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포스코 인재경영실(그룹 비서실)은 전 그룹사에 '전무 이하 임원은 직접 운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오후 6시 이후나 휴일 업무로 운전이 어려울 때는 대리운전 업체를 이용하라고 통보했다. 운전원을 파견하는 포스코휴먼스가 노조를 설립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지시였다.
 
▲ 포스코 인재경영실이 지난해 10월 말 포스코 전 그룹사에 내려 보낸 '임원 차량 운전원 지원기준 조정 안내' 공문. [포스코 노조 제공]

포스코휴먼스 노조 관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임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차원이라는 게 사측의 설명인데, 노조가 생기자마자 갑자기 임원 자가운전이라는 원칙이 생겼다"면서 "그룹차원에서 전 계열사에 '일거리를 주지 마라'고 개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최정우 회장 등 계열사 대표·임원·그룹장 등 11명을 부당노동행위로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고소했고, 현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새노조 출범 일주일 만에 파괴 공작"

실제 '노조 와해'를 시도하는 내용을 담은 문건이 대량 발견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포스코에서 50년 '무노조 경영'을 깨고 2018년 9월 17일 공식 출범했다. 일주일 뒤인 23일 포스코 노무협력실 소속 직원들은 사내 인재창조원에서 모여 노조 대응 대책회의를 열었고, 당시 포스코지회 한대정 지회장 등 5명이 현장에서 실랑이 끝에 문건을 확보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곧바로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포스코 새노조(포스코지회)를 강성노조로 낙인찍고 부정적인 인식을 극대화하기 위한 내용, 새노조를 일반 직원들로부터 고립시켜 무력화하기 위해 여론 조작을 준비한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노조 출범 일주일 만에 사측이 노조 파괴 공작을 벌였다는 게 추 의원의 설명이다.
 
▲ 포스코지회가 입수한 '포스코를 사랑하는 직원의 한사람으로서 드리는 호소문' 중 일부. 추 의원은 포스코 노무협력실이 일반 직원인 것처럼 가장해 호소문을 쓰고, 새노조에 대한 반감을 조성하려는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추혜선 의원실 제공]

특히 한 노무협력실 소속 직원의 수첩에는 ''우리가 만든 논리'에 대한 전파를 양 제철소(포항·광양)의 행정부소장 또는 제철소장의 미션으로 줘 시범부서를 선정해 조직화하고, 일반직원에게 전달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라'는 취지의 내용도 적혀 있었다.

추 의원은 "제철소장은 부사장급이고, 행정부소장은 전무급임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미션을 부여하려면 노무협력실장 차원에서는 불가능하고, 포스코 최고 경영진만이 가능하다"며 "반노조 시나리오 작성은 포스코 최고 경영진과의 교감하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지회는 2018년 10월 최정우 회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소했다.

수사는 제자리걸음…"수사 의지가 없는 것"

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노동부 포항지청은 사측이 조직적으로 노조 가입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30일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고소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2월~3월이면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얘기가 나왔었는데, 계속 미뤄지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도 말해주지 않으니 그냥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포항지청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다보니 길어지는 상황이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노동·인권 전문가인 권영국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수사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햇수로 벌써 3년이 다 돼간다"면서 "수사 의지가 있다면 지금까지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포스코가 지역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 인적 영향력은 매우 크지만, 그럼에도 말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노조 와해 행위 여전…헌법상 권리 보장해야"

노조는 사측의 '노조 와해 행위'가 여전하다고 호소했다.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사측의 노조 탈퇴 요구, 다른 노조 가입 권유, 인사상 불이익 등이 아직까지도 전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현장에서 버티던 진성 조합원들도 계속해서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포스코는 지난해 5월 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 소책자에서 우수기업으로 뽑혔다"면서도 "정작 실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조직적으로 묵살하고, 묵인하는게 드러나는 등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어렵게 노조에 들어갔는데 탈퇴한다는 건 다른 이유로 설명이 안 된다"면서 "회사가 보이지 않게 압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결국 지역사회나 이해 관계자들과 공존, 상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작 노동자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거나 박탈해서는 기업 경영이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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