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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3번 좌절된 포스코 인턴 사원의 직장 괴롭힘 신고
노동존중 (999kdj) 조회수:591 추천수:1 121.180.237.109
2019-08-21 09:20:40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0734128?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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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7월 16일 많은 직장인들의 기대 속에 시행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는 등 한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KBS 이슈팀은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조명하고, 한계를 짚는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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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기록한 선배들의 폭언 기록 중 일부 발췌
● 9달 새 괴롭힘 신고 3번…모두 좌절

지난 2018년 3월, 포스코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7월 현장 부서 배치를 받게 된 A 씨는 공장 내 선배들에게 교육 명목으로 지속적인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입에 담기 힘든 비속어와 "아직도 이걸 못하는 건 네 머리에 문제가 있다" 등의 비하 발언, 대답을 못 하자 정강이를 차일 뻔한 순간까지... A 씨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폭언과 괴롭힘 행위 스무 개가량을 노트에 일일이 기록했습니다.

부서 배치 두 달 만에 불면증을 겪게 된 A 씨는 기숙사에서 나와 방을 구했고, 넉 달이 지났을 무렵인 지난해 12월 초, 업무 실수를 계기로 이뤄진 조장과의 면담에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A 씨는 가해 당사자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상황이 좀 나아지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A 씨가 공장 내 선배들의 폭언을 기록한다는 사실을 얘기하자 상황은 악화됐습니다. 조장이 A 씨의 선배 사원들을 불러 본인이 욕을 많이 하는지 물어보면서 A 씨의 노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겁니다. 조장은 곧바로 윗선임인 파트장에게까지 이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파트장은 조원들에게 "폭언 사실이 없다"는 답변만 듣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A 씨의 첫 번째 문제 제기는 상처만 남겼습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1월, A 씨에 대한 소문을 들은 공장장이 면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A 씨는 이 자리에서 다시 괴롭힘 피해 사실을 알리고 부서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큰 소동 없이 A 씨가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공장장은 A 씨에게 "조금만 더 참아라"라고 말하며 "정규직 전환이 되면 부서 변경을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A 씨는 문제를 제기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현실에 순응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 신고도 좌절됐습니다.

A 씨는 3월 초, 회사 인사부로부터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알린 사실이 자신의 평가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 A 씨는 본사에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센터에도 찾아가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신고 사실이 바로 공장 내에 퍼졌고, 나흘 뒤 A 씨는 그대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A 씨는 계약 해지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노동위는 괴롭힘 발생 사실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구제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위에서 확인된 A 씨에 대한 회사의 평가 점수는 1차(9월) 90점, 2차 92.5점(11월), 최종 60점(2월)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A 씨가 괴롭힘 사실을 조장에게 처음으로 털어놓았던 시점은 12월 초였습니다.

● '직장 괴롭힘 예방 우수기업' 포스코의 대응은?

포스코는 고용노동부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안내서에 모범 기업으로 소개됐습니다. 포스코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참 전인 2018년부터 신고센터를 개설했고 매해 임직원들에게 서약을 받고 집합교육을 실시했습니다.

A 씨의 주장에 대해 포스코는 욕설은커녕 비하 발언 등 괴롭힘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A 씨의 계약 해지 사유는 "뜨거운 쇳물을 다루는 위험한 현장에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업무 실수를 3차례나 했고, 업무 코칭에도 감정적으로 대응해 현장에서 일하기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광양제철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퇴사하거나 이직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포스코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건 비단 A 씨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제철소에 인턴으로 입사해 일을 배우던 B 씨는 업무를 배우는 과정에서 안전모를 쓴 머리를 수차례 맞았습니다. 잦은 욕설과 함께 "정규직 전환 안 되고 싶냐"는 협박성 발언을 견디던 그는 결국 퇴사의 길을 택했습니다. 취업 준비 카페인 '독취사'에 광양제철소 퇴사 후기를 올린 C 씨의 사례도 있습니다. "그것도 모르냐"는 일상적인 비하 발언과 회식 자리에서 좀 웃었다고 귓속말로 "너 그러다 잘린다"고 얘기하던 선배. C 씨는 글에서 "수치심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오랫동안 포스코에서 진행돼 왔던 관행, 엄하게 규율을 잡고 그런 규율과 괴롭힘으로 후배를 가르쳐 왔던 관행을 묵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양산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A 씨가 주장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 없었다", "A 씨의 괴롭힘 피해는 본사 정도경영실을 찾아온 3월에나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A씨가 신고 센터에 찾아온 건 사실이지만 당시 신고 의사가 없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직장의 자체 시정 노력에 방점을 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비정규직과 같은 약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A 씨가 도움을 요청하고 신고했을 때 누구라도 A 씨의 얘기를 들어줬더라면, 사실 관계를 조사했더라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9달 동안 A 씨와 선배 조원들의 기억이 이토록 다르진 않았을 겁니다.

끝으로 포스코가 사례 교육 자료에서 제시한 한 상황과 그 답변을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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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의 사례에서 포스코는 리더를 시정토록 했던 걸까요,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려던 인턴 직원을 부적응자로 낙인찍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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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에서 겪은 부당한 대우와 갑질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상담 및 조언을 받고 싶다면 "직장갑질 119"에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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